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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후기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by 팔팔한삶 2025.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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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
 
평점
9.7
기간
2025.01.07(화)~2025.03.03(월)
장소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출연
박근형, 손병호, 손숙, 예수정, 이상윤, 박은석, 김보현, 고상호, 신현종, 이남희, 박윤희, 박민관, 구준모, 도지한, 김유진, 고은민, 김태향, 박승재, 이예원, 김려은, 한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보고 왔습니다.

여운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어 후기를 써봅니다. 

(본 포스팅의 사진출처: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출처)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이 작품은 아서 밀러의 고전적인 희곡으로, 1949년에 처음 공연된 이래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박근형, 예수정 배우 등 원로배우들이 출연한 이번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것으로, 세밀한 감정선과 시대적 배경을 잘 살린 연극이었습니다.

 

 

 

공연을 본 뒤에, 극 중의 가족 이야기와 주인공 윌리 로먼의 삶을 돌아보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윌리 로먼, 보편적인 가장의 초상 

<세일즈맨의 죽음>은 윌리 로먼이라는 한 남자의 인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중년의 세일즈맨으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헌신하는 인물입니다.

외부적으로는 뚜렷한 목표와 꿈을 가지고 있으나, 그 꿈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고 인생의 끝자락에서 상실감을 겪습니다. 극 중 윌리의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그 당시의 많은 가장들이 겪었던 고통과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의 가족은 한때 행복하고 단란한 삶을 살아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문제를 안고 살아갑니다.

큰 아들은 도벽이 있고, 제대로 된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며 떠돌고, 작은 아들은 현실을 피하며 허황된 꿈을 좇습니다.

어릴 적 큰 아들의 도벽을 묵과한 점은, 아무리 힘든 세일즈맨의 삶을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큰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자식에게 올바른 가치를 가르쳐야 하는 부모로서, 윌리는 자신이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어떻게든 바꾸려 하지 않으며, 결국 사소한 문제와 큰 잘못들이 복잡하게 발전되며,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집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함과 윌리의 비극 

 

윌리가 맞닥뜨린 사회적 현실은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함 그 자체입니다.

그는 평생을 세일즈맨으로 살아왔지만, 결국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시장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직장에서의 배신과 버림받은 느낌은 윌리에게 큰 충격이었고, 대출을 다 갚고 난 뒤에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윌리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가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을 실감 나게 보여줍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결국 자원을 잃게 되면 그 가치가 사라지고, 그를 받아들이는 사회의 냉정함에 휘둘리게 되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윌리는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찰리의 제안을 거절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점이지만, 동시에 그가 갖고 있는 '자존심'과 '자기 고집'이 비극을 초래하는 결정적 요소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윌리는 도움을 받는 대신, 스스로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이는 결국 더 큰 실패를 가져왔습니다.

이 점은 자존심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많은 나이 든  이들이 겪는 갈등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 중 윌리의 태도는 결국 자신과 가족을 비극적인 결말로 이끈다는 점에서 그를 옹호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연극이 3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전개되었지만, 윌리와 주변인들의 삶의 사회적 시대적 배경 하에서 설명하기에는 짧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원작을 모르고 시놉시스를 통해 현대 비극으로서의 의미를 알고 관람한 저는 극의 전개와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순종적이기만 한 린다의 역할이 답답해 보이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극은 여전히 강력한 여운을 남깁니다.

극의 주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박근형, 예수정, 손숙 배우를 비롯한 원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이 작품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단순히 한 사람의 실패를 다룬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겪으며 살아가는 인간의 고통과 좌절을 그린 보편적인 이야기입니다. 윌리 로먼의 삶을 보며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가장'들이 겪는 고충을 돌아보게 됩니다. 비록 그가 선택한 방식은 결국 비극으로 끝났지만, 그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 그 여운은 오랫동안 남았고, 나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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